일본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상 관측이 후퇴하고 있다. 다음 인상은 30년간 깨지지 않았던 ‘기준금리 0.5%의 벽’을 돌파하는 역사적인 일이지만, 올가을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일본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운 이유로 우선 정치 정세 불확실성을 꼽았다. 새 자민당 총재이자 차기 일본 총리 유력 후보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은 리플레이션파로 언급된다. 리플레이션파는 금융 완화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부류다.
‘여자 아베’로도 불리는 다카이치는 금융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 등 ‘세 개의 화살’을 주축으로 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 생활의 발견 이는 “다카이치가 당선되면 조기 기준금리 인상에 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연 0.5%로 4회 연속 동결한 뒤 시장에선 10월 인상설이 확산했다. 미·일 관세 협상 합의 등을 배경으로 시장의 10월 인상 확률 예상치는 한때 40% 중반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변한 것은 9월 들어 청약저축 연말정산 서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다. 10월 인상 확률 예상치는 한때 20% 수준으로 하락했고, 지금도 3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12월(약 30%)이나 내년 1월(약 20%) 인상 확률 예상치를 더하면 50%에 달해 다음 인상은 가을이 아닌 겨울이 메인 시나리오다.
당장 18~19일로 예정된 9월 금융정 회사원 책결정회의 때 기준금리 인상 확률 예상치는 1%에 그친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행 내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며 “9월에는 현행 연 0.5%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13일 보도했다.
다카이치가 아닌 누가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일본은행이 10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민 학자금대출제2금융 당은 내달 4일 총재 선거를 치른다. 이르면 10월 상순 새 총리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의 10월 금융정책결정회의(29~30일) 전에 새 총리가 취임할 것이란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새 총리가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새 정부와 소통 채널 별내선암사 구축이나 의견 교환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1월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 취임 3개월 뒤였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치 동향이 아닌 경제·물가 상황이다. 그러나 경제·물가 상황 역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영향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관세가 미국 경제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일본 기업의 수익에 악영향을 줄지, 이 영향이 내년 봄 노사 교섭의 향방을 어떻게 좌우할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 전망을 10월에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일본은행도 내년 임금 인상 상황을 예측하는 시기를 12월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 때로 정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내년 봄 노사 교섭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도 12월이라는 점을 일본은행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10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전문가 관측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