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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필리핀에서 청년을 중심으로 공공사업 비리 카르텔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인도네시아, 네팔, 동티모르에 이어 ‘Z세대’가 사회적 불평등과 특권층의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 매체 래플러는 21일 홍수 대비 기반시설 공공사업 비리 스캔들에 항의하기 위해 최소 20곳의 도시에서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마닐라시는 루네타 공원(리잘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이날 오전 기준 최소 4만9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번 시위는 202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주공아파트전세자금대출 필리핀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날 열린 시위는 대학생 단체 필리핀학생연맹 등 청년 단체가 공동주최했다. 시위가 열린 9월21일은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아버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독재 시절 계엄령을 선포한 지 53년 된 날이다. 루네타 공원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몰아낸 1986년 ‘피플파워’의 성지로 꼽 목수의아들 히는 곳이다.
필리핀 시위대가 21일 마닐라에서 ‘부패한 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시위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홍수 기반시설 사업에 대한 건설사·국회의원 간 파산면책자카드발급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우기 때마다 태풍 피해를 심각하게 입는 필리핀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홍수 기반시설 사업에 최소 6160억필리핀페소(약 15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일부 기반시설은 부실 시공되거나 시공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부 독립위원회와 상원 등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랠프 렉토 재무부 장관은 이 스캔들 현대캐피탈아파트담보대출 로 2023년부터 올해까지 약 423억∼1185억필리핀페소(약 1조300억∼2조8800억원)의 재정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산했다.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한 건설회사 사주는 홍수 예방 공사와 관련해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을 포함한 하원의원 17명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건설사 폭로 여파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사촌 로무알데스 하원 신용보증기금 창업대출 의장과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이 사임했다.
시위대는 이날 비리에 사용된 모든 자산을 압류해 홍수 피해자들의 의료, 교육, 주택 등 분야에 보상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비리 연루 공무원 해임, 정부 입찰 문서 전면 공개 등도 요구했다.
일부 청년은 홍수 피해로 희생된 인물을 재현하기 위해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쓴 채 시위에 참가했다. 인도네시아 청년들의 불평등 항의 시위의 상징인 ‘원피스 해적 깃발’이 등장하기도 했다.
시위 지도부인 프란시스 아퀴노 디는 “홍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며 “반면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하고 있다”고 GMA뉴스에 말했다. 간호학과 학생인 알리 빌라에르모사(23)는 “예전에 홍수를 직접 헤쳐간 적이 있다”며 “(부패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필리핀 경찰은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충돌 없이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근 동남아시아·남아시아 국가에서 관료들의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맞서는 청년 세대의 시위가 연이어 일어났다.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는 국회의원 주택수당 지급 반대 시위가 열렸고, 시위 장소를 지나가던 배달 기사가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네팔에서는 정부의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에 항의하는 시위가, 동티모르에서는 국회의원의 차량 구매 지원과 평생 연금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달 들어 열렸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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