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담벼락에 인물사진이 붙었는데 수배자들(?) 표정이 가을 햇살처럼 해맑다. 4인 4색의 ‘행복한 여행자’(음악회 제목) 명단은 가나다순으로 강허달림, 유발이, 융진 그리고 조동희. TV에 자주 나오진 않지만 일단 그 음악에 홀리면 하릴없이 포로가 되고 마는 실력파 뮤지션들이다. 나도 주저앉아 이틀 동안 구금되었다.
음악이 흘러나온 곳은 예전에 공장이 있던 곳이다. 그래선지 이름도 S팩토리다. 공연을 기획한 이호규 회장에 따르면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란다. 다만 자신은 S가 스토리(Story)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이야기는 산이 되고’ ‘추억들은 나무 되어’(이규석 ‘기차와 소나무’) 마침내 이 공장의 스토리도 언젠가는 히스토리가 될 것이다.
부산에 가면 ‘이바야마토게임
구길’이 있는데 표준말로 옮기면 이야기 길이다. 지난주 부산에선 아름다운 ‘이바구’가 많았다. 나는 이분 이야기가 뭉클했다. 이름은 김동호(1937년생), 전직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 옛날 명함 들고 오신 게 아니라 자신이 감독한 장편영화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를 들고 나타난 게 이야기의 특별함이다.
88세 신인 감독이지엔코 주식
묻는다. ‘당신에게 영화관이란 무엇입니까’ 제71회 칸 영화제(2018)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극장은 ‘유일하게 잘 다닌 학교’다. 박찬욱 감독은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선박, 기차.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다른 은하계로 가는 우주선’이라고 답변했다. 질의 응답한 세 사람 모두 행복한 여행자라는 느온라인신천지
낌이 든다.
김동호 감독의 동창생인 가수 최희준(1936∼2018)의 대표곡은 ‘하숙생’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이번에 김 감독이 만든 영화에는 직접 캠코더를 들고 아시아 각국의 영화관을 순례하는 여정이 담겼다. 88세 청년에게 영화관이란 어떤 곳일까. “꿈의 공장이죠. 거기서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현실의누리플랜 주식
어려움을 위로받으며 희망을 찾습니다.”
‘여기 들어오는 모든 자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가 지옥문에 새긴 문장으로 유명하다. 천국 지옥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감사함이 많으면 거기가 천국, 억울함이 많으면 거기가 지옥이다.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에게 죽음은 호의로 다가오지 않는다. 죽음은 공포나 기다림의 대상이 아니라 단지 어색하고 마이크로컨텍솔 주식
불편한 나그네다. 은퇴 후 집에만 박혀 있는 친구에게 이런 말 한 적이 있다. “걸을 수 있을 때 걷자. 달릴 수 있을 때 달려보자. 실려 갈 때만 기다리지 말자. 그땐 늦었다. 그들만 힘들게 할 뿐이다.”
우리 동네(광화문 인근)에도 1937년생 청춘이 활보하신다. 방송사 다닐 때부터 다정히 맞아준 분이다. 톱스타는 아니어도 지금 후배 연기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산다. 이분의 이름은 김영옥. 어느 작품에 나와도 최고라는 말이 항상 붙어 다닌다. 최고인기 최고급 주택 최고액 수령과는 관계없다. 최고 중의 최고는 최고령 현역이다.



조동희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원곡 장필순)의 작사가로 유명하다. 그녀는 ‘당신의 삶이 노래가 될 때’ 행복하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저서(‘작사의 시대’) 표지에도 이 10글자를 써놓았다. 말들이 상처가 될 때 노래는 우리를 어루만진다.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 위해 노래 부르리’(산울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마음에 주단 대신 주판을 깔고 살면 바람의 소리를 놓치고 만다. ‘바람이 내게 말하네. 모든 건 흘러간다고 난 멈출 수 없어 이제 다음 발걸음을 옮기네’(조동희 ‘행복한 여행자’) 이 가을 동갑내기 두 분(김동호 김영옥)에게 딱 어울리는 노래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